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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이야기/축구 이야기

을용타

 

한국을 상대로 이기려고 기를 쓰던 중국은 전반전 내내 심상치 않은 충돌을 계속 벌였습니다. 그러나, 늘 그랬듯이 한국은 전반 종료 직전 얻은 코너킥 찬스에서 이을용이 찬 크로스 유상철이 헤딩으로 집어넣으면서 선제골을 기록했습니다.

전반전에서 얻은 점수를 유지하기 위해 공을 빙빙 돌리고 중국 쪽이 계속 공격적인 플레이로 나오자, 한국은 침대축구를 시작해 시간을 점점 끌기 시작했습니다.

침대축구의 도발에 더욱 거친 플레이로 보답하기 시작한 중국은 백태클도 불사하며 전반전보다 더 강하게 나오기 시작합니다. 이미 전반에 안정환 리웨이펑의 충돌까지 있던 상황이어서 양 팀의 신경은 더욱 곤두서 있었습니다. 

후반 14분쯤에, 이을용이 공을 잡았을 때 중국의 리이와 몸싸움을 벌이던 도중, 리이가 이을용의 오른발 발목을 걷어차고 이에 분노한 이을용은 순간적으로 발목을 걷어찬 선수의 뒤통수를 손바닥으로 때렸습니다. 리이는 곧바로 쓰러지고 타 선수들이 싸우든 말든 누워있다가 들것에 실려서 나갔는데 심판에게 어필하기 위해 중국 선수가 헐리우드 액션을 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었습니다.

 

일단 이후 상황을 보면 손바닥으로 뒤통수 한 대 맞은걸로 쓰러져서 일어날 생각이 없던 리이는 계속 침대축구를 시전하다가 실려 나갑니다. 하지만 발목을 걷어찬것은 주심이 똑똑히 봤기 때문에 옐로우 카드를 받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레드카드를 뽑았으나 벤치 클리어링이 일어나서 퇴장을 못시키고 수습을 하던 심판은 정리가 된 뒤 다시 레드카드를 이을용에게 확실히 보여주면서 그를 내보냅니다. 필드의 모든 선수들이 뛰쳐나와 싸우던 선수들은 따로 카드를 받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

비록 이을용이 퇴장을 당했지만 경기는 중국쪽으로 기울지 않았고, 오히려 수적 열세로 인해 분노한 한국이 더욱 단단하게 뭉치면서 중국은 자연스럽게 수적 우위를 살리지 못하는 패턴에 빠져버렸습니다. 한국은 안정적으로 공을 돌리며 남은 시간을 충분히 활용했고 결국 1대 0으로 이겼다. 물론 우주방어만 한 게 아니라 안정환의 슛이 골대를 맞고 나가는 등 추가득점 찬스도 있었습니다.

 

이을용 본인은 순간의 화를 참지 못한 것에 대해서 자기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2년 뒤인 2005년, 이을용은 을용타에 대해 "순간적인 흥분을 참지 못한 것을 후회하고 있다."라는 말을 하였으며 다양한 패러디에 대해선 "사람들이 즐겼다면 그걸로 됐다."는 말을 남겼다. 강원 FC가 창단했을 때는 인터뷰에서 "잘못이며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하기도 했습니다.

이 사건 때문에 이을용이 찍혀서 잠시 대표팀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고 아는 사람도 있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합니다. 당시 조 본프레레 감독은 빠르고 강한 스타일의 선수를 선호했는데, 이을용은 이미 30줄을 넘긴 터라 '주력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중용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본프레레가 짤린 이후 아드보카트호에서는 많이 뽑혔으며 2006 독일 월드컵에도 출전했습니다.

2011년, 이을용은 선수 생활 은퇴를 앞두고 당시를 회고하며 "온국민에게 큰 웃음을 준 것에 만족한다."고 말했습니다.